UAE 원전수주는 기적
초강대국 지름길은 인재양성
윤세원(88) 박사는 국내 원자력 유학생 1호다. 선문대 초대 총장을 역임한 그는 원자력 불모지나 다름없는 우리나라가 원자력 강국으로 가는 데 산파역을 한 인물이다. 1962년 완공돼 가동하다 지금은 ‘영구보존’이 결정된 서울 공릉동의 국내 첫 원자로도 그의 혼이 배어 있는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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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회 원자력 유학생으로 국내 원자력 기술 개발의 선구자였던 윤세원 전 선문대 총장이 ‘인재양성’의 필요성을 역설하고 있다. 지차수 선임기자 |
최근 한국이 47조원 규모의 아랍에미리트(UAE) 원전사업을 수주한 사실과 지난해 요르단 연구용 원자로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된 얘기를 꺼내자 눈빛이 달라졌다. 나이를 믿기 어려울 정도로 명민한 기억력과 청년 같은 열정으로 논리를 폈다.
“UAE 원전 수주는 한국 원전의 안전성과 기술력이 세계적으로 입증된 것이며, 한마디로 기적입니다.”
그의 ‘원자력 인생’의 출발은 어디서부터일까 궁금했다. 서울대 물리학과 부교수를 맡고 있던 1957년 11월로 거슬러올라간다. 당시 이승만 대통령은 35세였던 그를 경무대(현 청와대)로 불러 대뜸 “우리도 원자무기를 만들 수 있겠느냐”고 물었다. 그가 1956년 미국의 아르곤연구소에서 국내 첫 원자력 국비 유학을 다녀온 지 1년 만이다.
“1955년 미국의 아이젠하워가 원자력의 평화적 이용에 관한 선언을 발표한 후 아르곤연구소에서 과학자를 위한 교육과정이 개설됐지요. 23개국에서 60여명의 학자가 모여 원자력을 연구했습니다.”
이 인연으로 윤 박사는 문교부(현 교육과학기술부) 내 원자력과가 생기자마자 귀국 후 원자력과장으로 임명됐다.
우리나라는 50년 만에 20기의 원자로를 보유한 세계 6대 원전 강국으로 성장했지만 그는 아직도 갈 길이 멀다고 푸념했다. 인재에 대한 국가 차원의 투자가 턱없이 부족하다는 게 그의 지론이다.
오히려 그는 시대적 흐름에 맞춰 “원자력이 전기공학과 접목해야 시너지효과를 일으키듯 물리, 화학, 생물, 기계 등 다른 분야도 독자적인 학문이 아닌 ‘종합과학기술’ 측면에서 복합적인 인재를 키워야 한다”고 강변했다.
그의 인재 사랑을 대변하는 일화가 있다. 1958년 원자력과장 시절 그는 매년 수천 달러가 들어가는 원자력 연구자들의 해외체류 예산안이 경무대 비서실에서 거절당하자 글자 하나 고치지 않고 고집스럽게 다시 올렸다. 유학생들이 학업을 포기하고 귀국하는 일은 막자는 취지에서다. 결국 경무대로 불려간 윤 박사에게 비서실장은 다짜고짜 욕부터 해댔다. “예산안은 통과됐지만 어디서 그런 무모함이 나왔는지 모르겠다”며 그는 웃었다.
학계로 돌아가 경희대 부총장이던 1980년대 후반 통일교 창시자인 문선명 총재를 만났다.
“문 총재께서 전 세계에 교육기관을 만들어 인재를 길러야 한다는 말에 감명받아 선문대 설립 허가와 부지 매입 등에 앞장섰고 8년간 총장도 지냈습니다.”
윤 박사는 “삼성이나 현대자동차 등이 세계적 기업으로 성장한 것도 고 이병철 회장이나 정주영 회장의 인재를 아끼는 마음에서 출발한 것”이라며 “우리나라가 초강대국으로 가기 위해서는 인재를 중시하는 풍토가 조성돼야 한다”고 말했다.
김기동 기자 kidong@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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